중개보수 경쟁, 주택 수요자들은 뭘 원할까?[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1-07-05 08:21   수정 2021-07-05 10:15


정부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권고한 중개보수 4가지 개편안 중 최고요율을 적용하는 고가주택 기준을 12억원으로 올리는 안을 유력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초 고가주택 기준을 상향하는데 부담이 컸으나 여당이 종부세를 상위 2% 주택에만 적용하기로 해 기준 변경에 대한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이렇든 저렇든 중개보수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습니다. 정률제를 적용하는 우리의 경우 집값이 급격히 오르면서 중개보수 또한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주택수요자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이 점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회사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중개보수를 여타 개업공인중개사들보다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회사들입니다. W중개법인이 대표적인데 '반값 중개 수수료'란 슬로건으로 시장을 급속히 확장하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매도자(집주인)에게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업체들까지 생겨나는 중입니다. 이는 집주인을 통한 매물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허위매물 문제가 법적 처벌을 받게 되면서 생겨난 틈새시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틈새시장이 이제는 대세가 되어가는 모양새입니다. “W중개법인에서는 반값만 받는데 당신들은 왜 보수가 이렇게 높으냐?”고 언급하는 순간 예전에 받던 보수는 과거의 일이 되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의 편익이 증가하는 일이므로 주택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일견 반가운 현상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은 중개보수를 마케팅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는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생각입니다. 이들은 주택수요자들이 생각하는 불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주택수요자들은 중개보수 보다는 본인들이 받는 중개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큽니다. 10년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없는 중개서비스는 고사하고 가두리, 시세 개입 등 불법을 자행하는 개업공인중개사로 인해 누가 고객인지 헷갈릴 정도의 불편함 때문입니다. 요즘 젊은 분들이 즐겨 사용하는 가성비라는 말도 가격대비 성능을 줄인 말로 수요자가 지급한 가격(중개보수)에 비해 제품이나 서비스(중개)의 질이 얼마만큼의 만족(효용)을 주는지로 나타납니다. 특히나 전재산에 해당할 수도 있는 주택을 거래하는데 가성비를 따지는 건 당연하다고 보여집니다.

가성비를 주택시장에 적용하면 주택수요자들은 현재 지급하는 중개보수의 수준이 개업공인중개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의미입니다. 중개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중개보수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것 또한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 아닙니다. 여전히 가성비는 높지 않게 됩니다.

중개보수를 획기적으로 낮추어 영업하는 업체들 중 고객을 위한 거래시스템을 잘 확보하고 있는 곳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개인회사 수준에 그치는 이들은 중개 경력 또한 일천합니다. 따라서 중개보수에 집착하는 것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단순 마케팅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이들의 행위를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면 하버드대학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 교수가 창시한 파괴적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해당합니다. 단순하고 저렴한 제품이나 서비스로 시장의 밑바닥을 공략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파괴적혁신 기업들의 지향점(제품성능 궤적)은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면서 시장의 상부(높은 수익성)로 이동해 기존 기업의 우위에 도전하는 겁니다. 과연 중개보수에 집착하는 개업공인중개사들이 고객을 최우선시하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중개시장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입니다.

주택 수요자들이 느끼는 불편 사항은 궁극적으로는 중개 서비스입니다. 중개보수도 문제이지만 주택을 거래한 분들이 느끼는 또다른 불편 사항은 단편적인 서비스 제공입니다. 정부가 만들어 놓은 복잡한 규제로 인해 주택 거래에 있어 세금, 대출, 법률 등의 서비스는 필수적이 되었습니다. 이사, 인테리어 등 부수 서비스도 필요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내부화해서 제공하는 개업공인중개사는 거의 없습니다. 주택 수요자들은 주택 한 채 만을 거래하더라도 도대체 몇 개의 회사를 거쳐야 하는지 난감할 따름입니다. 부동산시장을 선진화하기 위해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를 만들겠다는 국토부의 계획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습니다.

개업공인중개사들이 중개보수로만 경쟁하는 것은 일견 타당한듯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주택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주택수요자들이 원하는 것은 중개사고 없이 빠른 시간 내에 다양한 전문 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받는 겁니다. 10억원, 20억원하는 본인들의 집을 중개보수를 할인해준다고 맡길 집주인들은 거의 없을 겁니다. 중개보수 경쟁이 또 하나의 유행으로 끝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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